구급차는 택시가 아닌 생명을 구하는 도구다

    기고 / 시민일보 / 2025-02-24 09: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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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달성소방서 119구급대 박영철 소방장

    대구 달성소방서 119구급대 박영철 소방장

     
    필자는 대한민국의 구급대원으로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매일 현장을 누빈다. 고속도로에서, 집에서, 심지어 길가에서 심정지나 중증 외상을 입은 환자들을 응급처치하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구급대원의 사명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역할이 때로는 비합리적인 구급차 이용으로 인해 방해받고 있다.
     

    먼저 구급차를 마치 택시처럼 이용하는 현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출동 현장에서 걷거나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사람들이 구급차를 호출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단순히 병원에 더 빠르게 가고 싶거나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급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응급환자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 낭비된다. 한 건의 비응급 신고를 처리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심정지 환자나 중증 외상 환자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구급대원으로서 이 상황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무력감까지 느끼게 한다.
     

    구급차는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을 위한 구조 도구다. 심정지, 호흡곤란, 중증 외상, 급성 심근경색 등 긴급한 상황에서 적시에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이 이뤄져야 환자의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비응급 환자들의 신고로 인해 진정 위급한 응급환자들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사례가 있었다. 한 고혈압 환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도착해 보니 단순히 약을 처방받으러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순간 반대편 지역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 긴급 출동 요청이 있었지만 이미 우리 팀은 출동 중이었고 다른 팀이 더 먼 거리에서 출동해야 했다. 그 심정지 환자는 결국 골든타임을 놓쳤다.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구급차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병원에 갈 수 있는 경우 구급차를 호출하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 골든타임은 응급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응급환자가 아니라면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족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급차 오남용 방지를 위한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하고 의료기관과 연계한 대체 수단 마련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구급차는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다. 당신의 양보와 배려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우리가 서로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돌려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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