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황교안, 또 부정투표 음모론?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3-13 10: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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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모바일 투표와 관련해 "조작이 의심된다"라며 또 ‘부정투표 음모론’을 제기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황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선 과정에서 나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료들을 보고드려야 할 시간"이라며 부정투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K보팅’ 시스템을 이용한 모바일 및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치러졌는데 황 전 대표는 참관인으로부터 제보받았다는 실시간 선거 현황 자료를 근거로 모바일 투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황 전 대표는 "첫째 날 오후 4시쯤에는 5초 간격으로 기록된 투표인 수 끝자리가 (10회 이상) 모두 5로 끝났다"라며 "똑같은 숫자가 10번 나올 확률은 100억 번에 한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투표인 수 끝자리가 95번 연속으로 같은 숫자가 나올 때도 있었다"라며 "과연 이것이 정상적으로 가능한 투표기록인가. 조작이 의심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둘째 날(3월5일)은 다르다. 5초마다 발표되는 투표인 수가 불규칙적으로, 무작위로 숫자가 나온다. 이것이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가 이런 식으로 황당한 부정투표 음모론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습관성이다.


    앞서 황 전 대표는 2020년 4·15 총선과 2022년 대선의 사전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가 지난해 5월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실제 조직적인 선거조작을 하려면 3000명 가까운 선관위 직원, 2만 명에 달하는 선거관리위원과 20만 명이 넘는 선거관리원, 역시 20만 명이 넘는 개표관리원과 참관인이 이에 동조하거나 묵인해야 한다. 이 인원에는 여야 각 당에서 나온 인사들도 있고, 선거업무를 위해 일정 비용을 받고 일시 고용된 시민들도 있다. 부정선거 주장에 근거가 부족해 음모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지난 대선 경선 탈락 직후 '전산 조작이 의심된다'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각하되기도 했다.


    당시 황교안 전 대표는 2차 컷오프 발표 후 경선결과 관련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15총선에 이어 이번 당 후보 경선에서도 부정선거가 있었다. 후보별 투표율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가 웃음거리로 전락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부정투표 음모론을 들고 나왔으니, 과연 제정신인가 싶다.


    그가 부정투표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8.72%의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신의 무능 탓에 무명의 일개 지역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후보보다도 낮은 성적을 거두자 그 원인을 부정투표에 전가하기 위한 비열한 술책이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직무대행에 제1야당 대표까지 지낸 그로서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패배를 부정하고 현실 인식이 떨어지는 건 정치인으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4만여 명(8.7%)이나 되는 당원들이 그를 지지한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마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잇따른 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 탓’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난 2012년 대선의 개표 부정 음모론이 진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부터 퍼져나갔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당시 사전투표지 검증, 재검표까지 했지만, 선거부정은 없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이제 부정투표 음모론을 거두고 겸허하게 자신의 무능을 반성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부정투표 때문이 아니라 오락가락하는 공천, 위성 정당 창당 등 당 대표였던 그의 무능 탓이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한 자릿수의 저조한 득표율을 보인 것 역시 부정투표 탓이 아니라 100만 명 가까운 당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탓이다.


    그러니 이제 황당한 부정투표 음모론은 거두시라. 당원들에게 혼란만 줄 뿐이고, 그대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음모론을 펼친다면 ‘제2의 이재명’이라는 험악한 소리만 들을 뿐이다. 마지막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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