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SNS 정치 시대

    현경병, 할말은 한다 / 시민일보 / 2023-02-09 11: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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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병 전 국회의원



    우리 국민들이 국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본질은 무용론에 다름 아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회 한계론에 봉착해 있다. 이젠 국회에만 정치를 맡겨둘 수 없다는 자각이 국민들 사이에서 강하게 작용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나의 삶과 자녀를 비롯한 가족의 미래까지 좌우하는 정치를 국회에 맡겨둔 채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장 앞장선 국민적 움직임은 시민단체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모여 나름대로의 의제와 행동방향을 설정하고 국회와 협력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벌여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좌파 진영 논리에 따라 자기 진영에 속하는 시민단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엄청난 세력과 규모로 성장했다. 물론 이 시민단체는 비정부기구(NGO)로서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는 정치단체이다.


    지금은 시민단체들이 국민적 신뢰를 잃으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정치의 시대’가 열렸다.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크게 두 갈래로 전개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이 선도하며 기존의 언론과 미디어를 벗어나 보다 더 확장된 역할을 하고 있다. 서구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 하나가 인터넷 플랫폼들이다. 국민 각자가 원하는 정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참여 기회를 제공해 정치 활동의 장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는 기존 신문과 방송 등을 비롯한 매체들 보다 훨씬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을 기본 도구로 삼아 각종 정보 취득과 관련 활동에 나서는 2030세대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언론매체이다. 신문과 방송까지 이러한 기제들을 통해 접촉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나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미디어는 물론이고 거대담론부터 소소한 개인적 민원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요구를 해소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또 하나는 사회관계망(SNS)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상당수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언론 매체를 통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손으로 작성한 글과 사진, 영상 등을 올려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국민들 역시 이러한 SNS의 활성화로 인해 언제든, 어디에서든 참여하기가 쉽고 편리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로 국민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며 정치를 이끌어갔다. 국회나 정당이 아닌 SNS를 통해 지지층과 직접 소통하며 정국을 주도한 것이다.


    원래 정치는 이해관계의 조정과 자원배분을 결정하는데,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최종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행위를 하게 된다. 얽히고 설킨 다양한 입장을 하나의 법안으로, 정책으로, 예산으로 최종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실 예산과 법률은 물론이고 주요 국정을 둘러싼 국민의 요구와 지지는 양극단적인 주장에서부터 그야말로 다양한 형태이기 때문에 그 조정과 타협은 거의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SNS의 활성화로 인해 비록 간접적이지만 정치적 활동을 벌이며 그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여러 다원화된 정치 집단을 형성해 자료 제공에서부터 압력까지 행사한다. 그러다보니 정치 투쟁과 장외 집회, 국회 폭력 같은 모습을 연출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국정 현안이 매우 많고, 빨리 처리되기를 바라는 민생법안이나 예산이 쌓여 있는 경우가 일상적이다. 수시로 생겨나는 새로운 국민적 요구는 속도전 하듯이 처리할 것을 요구받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현안과 요구사항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갈등과 대립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은데 외부인이라는 한계를 가진 것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정당과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첨예한 의사결정까지 아울러 풀어갔듯이, ‘정치 공급자의 다원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정치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SNS의 합리적이고 절차적인 참여를 어떻게 제도화 할 것인가를 풀어내야 한다.


    한국 정치가 이러한 정치 공급자의 다원화를 이루어낸다면 전 세계 어느 민주국가보다 선진적인 신정치 질서를 갖추는 일이 될 것이다. 특히 정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들을 참여시켜 대통령과 국회가 단순히 여론을 수렴하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정책을 결정하는 차원이 현실화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대표성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정치의 최종 결정과 모든 국정운영의 원칙에서 선거로 국민의 위임을 받은 선출직에 의해 주도되고 운영되어야 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권과 정부를 구성하고 주도하는 일은 선거에서 선택받은 사람들과 세력에 의해 운영되는 책임 정치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직접 민주주의가 훨씬 하기 쉬워진 만큼 최대한 활용해서 국민들이 새로운 형태의 정치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확장하면서 정치적 질서를 확립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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