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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흔들리던 눈동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유가 생겼고, 긴장에 꾹 다물었던 입가에는 비열한 미소가 번진다.”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던 날의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12.14 탄핵안 가결 이후 확연히 달라진 그의 모습에 대한 어느 누리꾼의 평가다.
실제로 2017년 3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파면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최대 수혜자가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였다면,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자 최대 수혜자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가 있기 전만 해도 이 대표는 2027년 3월의 대선 출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2024년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2, 3심에서 이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 대표는 대선 출마 자격을 잃게 되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선거법상 선거사범 사건은 1심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선거사범 선고 시한 규정 준수를 강조하고 있고, 1심 선고가 지나치게 지체된 데 대한 비판도 많았기에 2, 3심의 심리와 선고는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빠르면 2025년 5~6월께 대법원 최종 선고까지 내려질 가능성이 컸을 뿐만 아니라 1심에서 징역형까지 내려졌기에 2심에서도 최소한 대선 출마 자격이 상실되는 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제법 컸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황당한 계엄선포는 그런 이재명 대표에게 살길을 열어주고 말았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면 조기 대선을 치러 자신의 재판을 모두 중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이재명 정권이 탄생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차 탄핵 표결 당시 여론의 역풍을 무릅쓰고 탄핵을 무산시킨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이 어렵게 정권을 되찾은 보수 정치를 다시 궤멸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고, 특히 조기 대선을 실시할 경우 이재명 대표에게 대통령 자리를 그냥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대표적 친한계 인사인 장동혁 최고위원이 "지금 탄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이고 쉬운 선택일 수 있지만, 정치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 대통령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이 통과될 경우 최고위원직을 즉시 사퇴하겠다. 당원들 앞에 설 자신이 없고, 한동훈 대표를 보좌하며 지도부에 있을 자격이 없다"라고 사자후(獅子吼)를 토한 것 역시 그래서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 탄핵을 다그쳤고, 결국 이재명 대표에게 꽃길을 깔아주는 탄핵안은 그를 추종하는 몇몇 국회의원들 때문에 국회를 통과하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의원들은 한동훈 대표를 성토했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반성하기는커녕 "내가 비상계엄을 했느냐? 내가 투표를 했느냐?"고 반박하면서 화약고에 불을 지르고 말았다. 심지어 한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집권 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라며 "나는 당대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앞서 '탄핵안 통과 시 최고위원직 사퇴’ 입장을 밝혔던 장동혁 의원은 한 대표가 의원총회를 떠난 직후 사의를 표명했고, 뒤를 이어 김민전·인요한·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던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요건 중 하나인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가 발생한 것이다. 원외 김재원 최고위원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사의를 밝히면서 최고위원 5인이 모두 물러났다. 특히 '한 대표의 사퇴’를 안건으로 진행된 거수투표는 재석한 93명 중 73명이 찬성하면서 의결됐다. 재심임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것도 불신임이 압도적이었다.
그렇다면 한 대표는 추하게 당 대표직에 연연하지 말고 깨끗하게 물러나는 게 맞다. 이제는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외부인사보다는 내부 인사 중에서 찾아야 한다. 필자는 수도권 지역구 원내 인사로서 지난 전당대회 당시 한동훈 대표와 맞서 존재감을 보였던 나경원 의원과 윤상현 의원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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