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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 사태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선 '이재명 회의론'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친명계가 여전히 단일대오를 주장하지만, 비명계는 이 대표의 자진 사퇴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있다.
실제로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바닥 민심은 이재명 동정론이 확산하는 추세”라며 “당내에서 민심을 잘 헤아리면 이재명 사퇴론이 줄어들고 이재명을 지키자는 흐름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기의 순간에 자기 정치하려고 절제 없는 발언을 하는 일부 중진들은 유감”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비판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했다.
하지만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아마 지금 드러난 숫자(이탈표)보다는 고민하는 의원들이 더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해) 좀 회의적으로 보는 의원들 숫자가 꽤 된다"고 밝혔다.
대표적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아예 대놓고 “당 대표 사퇴가 해법 중의 하나”라며 “당직 개편도 방법”이라고 했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던지 최고위원을 포함해서 정무직 당직자들, 사무총장, 전략기획위원장 등 친명계 일색인 당직을 개편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옥중공천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럴수록 이 대표는 당내에서 고립될 뿐이다. 물론 생색내기용 당직 개편을 하겠으나 그것으로 사법리스크를 온전히 돌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찾은 돌파구는 국민의 반일감정을 이용해 총구를 윤석열 정부로 돌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방안을 "대일 항복문서"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권을 향해 “친일 매국 정권”이라고 비판하는 등 거친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그는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 입장에선 최대의 승리고 대한민국 입장에선 최악의 굴욕이자 수치"라고 말하는가 하면, "윤석열 정권의 반역사적, 반인륜적, 반인권적인 야합과 굴종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겠다. 국회 차원의 굴욕적 강제동원 배상안 철회 규탄 결의안 추진도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심지어 이 대표는 정부의 방안을 ‘계묘늑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계묘늑약'이라는 표현은 올해가 계묘년인 것에 우리나라의 일제에 대한 국권 피탈 과정의 하나인 1905년 '을사늑약(을사조약)'의 '늑약'을 붙인 용어로 풀이된다.
말로 할 수 있는 최고위 수위까지 끌어 올려 윤석열 정부를 향해 ‘말 폭탄’을 쏟아부은 셈이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자신을 향한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밖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 의견을 비판하는 건 좋은데 그러면 대안을 좀 제시해달라"며 "대안 없이 계속 반일감정만 부추겨서 정파적 이해를 도모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연유다.
정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안으로 돌파구를 찾은 것이란 느낌도 든다”라며 “(이 대표가) 삼전도에 계묘늑약까지 (주장하며) 굉장히 격해졌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반일감정을 부추겨서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정부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방안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 누군가는 매듭을 풀어야 하는 문제다. 민주당 정권인 노무현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이 문제를 마무리하지 않고 다음 정권에 떠넘기고 말았다.
그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좋은지 합리적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 탈출구로만 이용하려고 해선 안 된다. 정치 지도자라면 자신의 이익과 국익 가운데 ‘국익’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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