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자주국방’ 이적행위 아닌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5-09-22 1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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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이재명 대통령의 안보관을 보면 정말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을 “굴종적 사고”로 규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똥별'이라는 과한 표현까지 쓰면서 국방비를 이렇게 많이 쓰는 나라에서 외국 군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식의 인식을 질타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라고도 했다.


    국군 장성을 ‘똥별’로 취급하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장군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장성급 장교가 지휘관이 되면 기본 1,000명 이상의 병력을 지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진급하기 위한 조건이 매우 까다로우며 진급 난이도도 매우 높다. 그런 과정을 거쳐 별을 단 사람들을 ‘똥별’ 취급하는 건 사실상 군 조직을 경멸하는 것으로 군 기강이 해이해지고 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군 경력이라고는 고작 방위병 몇 개월이 전부인 안규백 의원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뒤 4성 장군들을 무더기로 쳐내자 군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전북 진안에서는 병장이 탈영한 뒤 아파트에서 추락사 했는데도 부대는 그의 탈영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미동맹을 경시하는 듯한 이 대통령의 태도다.


    이 대통령은 페북에서 ‘외국 군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각의 굴종적 사고’를 언급하며 자주국방을 강조했다.


    그런데 현재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는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다.


    미군이 가장 많이 주둔하는 국가는 일본으로 5만 3900명이고, 나토의 핵심인 독일에도 3만5,400명 가량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약 1만 2,000명, 대서양 동맹국인 영국에는 약 1만명, 웨이트에 약 8,000명, 바레인에 약 4,000명, 카타르에 약 5,000명, 해군기지를 보유한 스페인에 약 3,500명, 터키에약 1,700명이 주둔하고 있다.


    그들 국가가 모두 ‘자주국방’을 외면하고 굴종적인 국방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물론 ‘자주국방’은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주한미군 없어도 자주국방이 가능한가.


    아니다. 재래식 무기로는 북한이 우리군의 상대가 못되지만 북한은 그 어떤 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지정학적으로 우리의 주변국은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들이다.


    지금 우리군이 양적인 면이나 전술교리 면에서는 북한군을 주적으로 하여 대비하고 있으나, 무기나 장비 등은 주변국들과의 경쟁에 발맞추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애초에 북한만 상대하려고 가정했으면 해·공군 전력을 굳이 이렇게까지 증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북·중·러 3국의 동시 적대 행위를 한국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자주국방을 강화하되 한미동맹의 끈을 놓아선 안 되는 이유다.


    북한 핵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우리는 한미동맹으로 국방을 더욱 튼튼히 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한미동맹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강화하는 것이다. 이건 상식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런 상식을 ‘굴종적’이라고 표현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한미통상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자 마치 한미동맹이 족쇄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일 것이다.


    한마디로 이재명 정권의 외교 무능 탓이 아니라 한미동맹에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술책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건 대단히 무책임하고도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이 철수한다고 통상협상에서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 안보만 위험에 노출될 뿐이다.


    아마도 이재명 대통령의 경솔한 ‘자주국방’ 발언에 북·중·러 3국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설사 대통령이라도 적(敵)을 이롭게 한 이적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국군통수권자로서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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