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강령이 아니다. 연극은 질문이다.
차라리 이래라 저래라 속시원히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연극은 우리에게 수많은 화두를 던져줄 뿐 어떤 정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그러니까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
다음달 30일까지 대학로 인켈아트홀 2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2인극 ‘타이피스트'도 그런 연극 가운데 하나다.
고은자와 강필구는 한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타자기만 두드리는 타이피스트. 이들의 일은 회사 고객들에게 홍보 엽서를 보내는 것이다.
두 사람은 출근해서 퇴근하는 하루동안 서로의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화장실, 점심, 사장실을 오갈 때마다 나이를 먹어 20대에서 60대로 늙어간다.
사장은 타이핑 소리가 나지 않거나 잘못 쓴 엽서를 재활용하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리고 5분 지각한 것을 트집 잡는가 하면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려 두 사람을 ‘열받게' 한다.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처럼 사장을 욕하고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40년동안 인테리어도 변하지 않는 같은 사무실에서 끈질기게 자기 자리를 지킨다.
자기 회사가 고객들에게 무엇을 파는지조차 모른 채. 아니 그런 것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듯 전화번호부를 옆에 끼고 죽도록 주소만 쳐댄다.
“당장 떼려치우겠어! 어디 나보다 훌륭한 직원 구할 수 있음 구하라고 해요. 얼마 전에 들어온 스카우트 제의도 이 회사에 충성하기 위해 거절했는데!""라며 달려나가던 은자는 “그만 두면 사장에게 만족감을 줄 뿐""이라는 필구의 꼬드김에 다시 눌러 앉는다.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을 시키는거야! 내일 아침 동해로 떠나는 첫 기차에 누가 처음으로 타고 있을 것 같아요? 그건 바로 나라고요 나!""라며 그만두겠다고 큰소리치고 캐비넷에 감춰뒀던 소주를 퍼마시던 필구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올리곤 은자의 ‘장풍'에 힘입어 사장에게 사과한다.
40년간의 동료애. 언뜻 보면 그럴 듯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관계다.
애가 둘이나 딸린 유부남이면서 욕정에 사로잡혀 사무실 바닥에 은자를 눕히는 필구, 그런 필구에게 아무 의심없이 결혼하자고 달려드는 은자, 그러자 비겁하게 도망가는 필구, 그래도 변함없이 필구에게 힘이 돼주는 은자, 그런 은자에게 우정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고마움을 느끼는 필구.
필구는 “당신같은 여자 열트럭을 갖다준다고 해도 내 마누라하고 안바꾼다""며 은자 속을 긁으면서도 툭하면 은자를 호출하는 사장을 질투한다.
사장을 은자의 ‘보이쁘렌드'라 우기며 “맨날 사장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찌 아노? 갈보, 화냥년!""이라고 약을 올리는 대목에선 어이가 없다.
마지막 퇴근길에 은자에게 외투를 입혀주는 필구와 그의 왼쪽 팔에 살포시 팔짱을 끼는 은자의 모습은 행복하게 늙어가는 노부부 같기까지 하다.
그들의 삶이 결코 행복하기만 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꿈과 환상은 늘 말 속에서만 맴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퇴근길의 그들은 편안하고 따뜻해보인다.
심지어 출근길엔 ‘괴물'이라 욕하던 사장도 퇴근길엔 ‘그리 꽉 막히지는 않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것 같다 해도 다른 사람이라고 하고 싶은 일 다해가며 특별하게 살지는 않는다, 그러니 평범한 소시민의 삶에 만족하며 살라""는 것인가?
이 연극은 그런 답답한 삶을 견딜 수 있게, 아니 행복하게 해주는 건 사랑과 추억, 그리고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마음 속에 억울함이 남는다면, 당신은 아직 출근길 위에 있다.
차라리 이래라 저래라 속시원히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연극은 우리에게 수많은 화두를 던져줄 뿐 어떤 정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그러니까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
다음달 30일까지 대학로 인켈아트홀 2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2인극 ‘타이피스트'도 그런 연극 가운데 하나다.
고은자와 강필구는 한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타자기만 두드리는 타이피스트. 이들의 일은 회사 고객들에게 홍보 엽서를 보내는 것이다.
두 사람은 출근해서 퇴근하는 하루동안 서로의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화장실, 점심, 사장실을 오갈 때마다 나이를 먹어 20대에서 60대로 늙어간다.
사장은 타이핑 소리가 나지 않거나 잘못 쓴 엽서를 재활용하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리고 5분 지각한 것을 트집 잡는가 하면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려 두 사람을 ‘열받게' 한다.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처럼 사장을 욕하고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40년동안 인테리어도 변하지 않는 같은 사무실에서 끈질기게 자기 자리를 지킨다.
자기 회사가 고객들에게 무엇을 파는지조차 모른 채. 아니 그런 것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듯 전화번호부를 옆에 끼고 죽도록 주소만 쳐댄다.
“당장 떼려치우겠어! 어디 나보다 훌륭한 직원 구할 수 있음 구하라고 해요. 얼마 전에 들어온 스카우트 제의도 이 회사에 충성하기 위해 거절했는데!""라며 달려나가던 은자는 “그만 두면 사장에게 만족감을 줄 뿐""이라는 필구의 꼬드김에 다시 눌러 앉는다.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을 시키는거야! 내일 아침 동해로 떠나는 첫 기차에 누가 처음으로 타고 있을 것 같아요? 그건 바로 나라고요 나!""라며 그만두겠다고 큰소리치고 캐비넷에 감춰뒀던 소주를 퍼마시던 필구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올리곤 은자의 ‘장풍'에 힘입어 사장에게 사과한다.
40년간의 동료애. 언뜻 보면 그럴 듯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관계다.
애가 둘이나 딸린 유부남이면서 욕정에 사로잡혀 사무실 바닥에 은자를 눕히는 필구, 그런 필구에게 아무 의심없이 결혼하자고 달려드는 은자, 그러자 비겁하게 도망가는 필구, 그래도 변함없이 필구에게 힘이 돼주는 은자, 그런 은자에게 우정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고마움을 느끼는 필구.
필구는 “당신같은 여자 열트럭을 갖다준다고 해도 내 마누라하고 안바꾼다""며 은자 속을 긁으면서도 툭하면 은자를 호출하는 사장을 질투한다.
사장을 은자의 ‘보이쁘렌드'라 우기며 “맨날 사장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찌 아노? 갈보, 화냥년!""이라고 약을 올리는 대목에선 어이가 없다.
마지막 퇴근길에 은자에게 외투를 입혀주는 필구와 그의 왼쪽 팔에 살포시 팔짱을 끼는 은자의 모습은 행복하게 늙어가는 노부부 같기까지 하다.
그들의 삶이 결코 행복하기만 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꿈과 환상은 늘 말 속에서만 맴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퇴근길의 그들은 편안하고 따뜻해보인다.
심지어 출근길엔 ‘괴물'이라 욕하던 사장도 퇴근길엔 ‘그리 꽉 막히지는 않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것 같다 해도 다른 사람이라고 하고 싶은 일 다해가며 특별하게 살지는 않는다, 그러니 평범한 소시민의 삶에 만족하며 살라""는 것인가?
이 연극은 그런 답답한 삶을 견딜 수 있게, 아니 행복하게 해주는 건 사랑과 추억, 그리고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마음 속에 억울함이 남는다면, 당신은 아직 출근길 위에 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