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숨은 죽음의 욕망

    문화 / 시민일보 / 2007-03-26 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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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류미사오 ‘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발간
    잔혹동화 작가 기류 미사오(桐生操)의 ‘죽음 역사책’이다. “에로스는 죽음에 이르는 삶의 희열”이라는 프랑스 사상가 조르주 바타유의 말에 공감, 저술했다. 궁극의 에로스와 궁극의 죽음은 맞닿아 있다고 속삭인다. 에로스와 죽음, 쾌락과 공포, 생명과 파괴에 닮은 구석이 있다는 위험하되 수긍할 수도 있는 주장이다.

    기류는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역사의 이면에 숨은 사랑과 죽음 그리고 에로스의 에피소드를 추적했다. 기괴하고 잔혹한 죽음과 사랑, 욕망을 둘러싼 사실(史實)들이다. 그는 우선 에로스적인 죽음의 세계부터 파고들었다.

    남자의 페티시스트적이고 오나니스트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시체 애호, 숱한 여자시체를 파내 농락한 ‘뮤이의 흡혈귀’ 묘지기, 시체를 마음껏 안을 수 있었던 중국의 시체가게, 흑사병 창궐기에 등장한 ‘메멘토 모리’ 도상 가운데 가장 에로틱한 ‘죽음과 소녀’, 묘지에서 파올린 여자시체의 피부를 벗겨 몸에 걸친 희대의 살인마, 어머니에게 줄 선물로 세례 요한의 목을 쟁반에 담아달라던 살로메 따위다. 에로스 뿐 아니다.

    죽음을 욕망한 이야기들도 펼쳐진다. 카리브해 섬 원주민의 식인풍습에서 유래한 ‘카니발리즘’, 현대의 식인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보카사 전 대통령, 시테 섬에서 거행된 국왕 암살미수범의 끔찍한 처형 과정, 시체로 둔갑해 감옥을 빠져나온 클래런스 애덤스, 시신의 일부라도 수중에 넣어 해당 성인의 공덕을 물려받으려 한 성인숭배 풍습, 에드거 앨런 포의 생매장에 관한 소설들을 귀뜸한다.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 현세 집착 또한 처절하다.

    책의 원제는 ‘세계정사대전(世界情死大全)’이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뜻을 이루지 못해 함께 자살하는 것이 ‘정사’다.

    김성기 옮김, 328면, 1만2000원, 노블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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