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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종 국회의원 |
이는 전현직 대통령의 리더십 비교를 통해서도 입증이 가능하다.
시대정신에 따라 요구되는 대통령 리더십의 유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확실히 감지할 수 있다.
헤겔의 정반합 이론이 고스란히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다소 많이 동원된 편법과 융통성 등에 대해 국민적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대선에서 강철같은 의지와 단호함, 그리고 불굴의 투지 등 박 대통령 특유의 리더십이 어필된 데는 전임인 이명박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그 어떤 불의와도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던 박 대통령의 신념이 시대정신이 던진 화두에 직면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소통, 통합, 유연함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대체제로 반기문 총장이 지목되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던 그가 대한민국 대선판의 중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의와 자유를 수호하고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 기초를 튼튼히 하도록 노력했다면 지금부터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외교역량에 역점을 두겠다는 시대적 요청이 반 총장을 불러들인 것 같다.
35년 전 하버드 교정에서 외교부 재직 중 유학을 온 반 총장을 처음 만났다.
그는 그 때도 특유의 온화함으로 후배들을 사랑으로 감싸며 한국학생의 표상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하던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Harvard Yard에 소규모 은행 하나가 있었는데 만국기가 걸려있었다.
그런데 그 만국기 대열에 우리의 태극기가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 총장이 은행 측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마땅한 태극기가 없어 해결이 불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반 총장은 대사관은 물론 한국사회 전체를 다 뒤진 끝에 태극기를 찾아내 만국기 대열에 합류시키는 뚝심을 보여줬다.
10여년 나이차를 보이던 내게 결과를 보고한다며 자신의 전리품을 자랑하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동안 은행 안 만국기 대열 속에서 태극기를 볼 때마다 반 총장을 떠올렸던 기억도 난다.
그런 측면에서 타고난 외교관(diplomate)으로 유연하고 성숙한 감성적 리더십을 검증받은 바 있는 반 총장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당시 Harvard에는 YS, DJ 뿐만아니라 한덕수, 최홍건, 조건호, 엄낙용, 이우철, 송하중, 윤건영, 이달곤, 박재완, 박진 등 훗날 대한민국을 주도하는 인재들이 함께 수학하고 있었는데 누구도 반 총장의 리더십을 부정하거나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심정으로 한국 정치 입문을 앞두고 있는 반 총장을 지켜보게 된다.
분명한 건 그의 앞길에 비단길만 놓이게 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생각보다 훨씬 거친 통과의례가 그를 검증하고 또 검증할 것이다.
다만 그의 등장만으로 한국 정치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확신하기에 여전히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장도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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