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평화, 공존의 메시지를 예술로 풀어내다...화성특례시 매향리평화기념관, 제2회 기획전시 ‘우리가 말하는 방식’ 개최

    경인권 / 송윤근 기자 / 2026-05-20 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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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전시 의제 ‘기억’을 바탕으로 11월 20일까지 전시 진행

    7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사운드 아카이브, 미디어 등 감각적 예술의 장 마련

    9~10월 중 사운드·신체 퍼포먼스 등 감각 기반 연계 프로그램 운영
    ▲ 매향리평화기념관 전경

    [화성=송윤근 기자] 경기 화성특례시 매향리평화기념관은 2026년 전시 의제를 ‘기억’으로 설정하고, 오는 11월 20일까지 제2회 기획전시 “우리가 말하는 방식”을 개최한다.

    매향리평화기념관은 과거 미군 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되며 오랜 세월 주민들의 고통과 갈등이 이어졌던 장소다. 이후 주민들의 노력과 사회적 공감 속에 사격장이 폐쇄되면서 현재는 평화와 인권, 생태의 의미를 되새기는 상징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 이후 오랜 시간 폭격 훈련장이었던 매향리의 역사적 기억을 출발점으로, 무뎌졌던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과정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다.

    사격장은 폐쇄됐지만 땅에 남은 흔적과 주민들의 기억 속 상처는 여전히 우리가 마주하고 소통해야 할 현재의 이야기다. 전시는 이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매향리의 자연과 생명,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을 새롭게 바라보며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다양한 말하기의 장으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은 전시 공간 곳곳에서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직접 남길 수 있으며, 타인의 이야기를 읽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적 소통의 의미를 경험하게 된다.

    전시에는 7명의 작가가 참여해 사운드 아카이브, 드로잉 영상, 설치, 조각,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선보인다. 작가들은 매향리에 스며든 기억의 흔적을 청각적·시각적·촉각적 경험으로 전환해 관람객들이 매향리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감각적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사운드스케이프 작가 김준은 매향리 현장에서 직접 채집한 소리로 설치 작품을 구성했다. 이 작품은 기념관 회랑에 설치돼 관람객들이 전시실에 들어서기 전 소리의 잔향을 통해 먼저 장소와 마주하도록 이끌며, 전시 전체의 감각적 서사를 여는 주요 관람 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전시는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장 ‘깨어나는 시간’은 폭격의 흔적 너머에 존재해 온 매향리 본연의 자연 소리와 생명에 주목한다. 드로잉 작가 성립은 절제된 흑백의 선과 여백을 통해 상처 이후에도 지속되어 온 생명과 공존의 풍경을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풀어냈다.



    두 번째 장 ‘생동하는 리듬’에서는 회복되기 시작한 매향리의 바다와 사람들의 풍경을 시각적·촉각적 경험으로 확장한다. 신승연은 매향리의 풍속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다의 움직임을 기계적 장치로 구현해 자연의 리듬을 공간에 투사한다.

    마지막 장 ‘연결되는 우리’는 회복된 감각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확장되며 평화를 향한 연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탐색한다. 안젤리카 메시티는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체적 퍼포먼스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들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연결되는 연대의 감각을 영상으로 표현한다.

    기념관은 오는 9월부터 10월까지 감각 기반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사운드, 신체 퍼포먼스, 촉감 등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통해 감각을 매개로 타인과 공동체, 지역과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화성시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방문객들이 평화의 의미를 일상 속에서 함께 이야기 하고 공감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개대하고 있다.

    백영미 문화관광국장은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이 매향리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과 생명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평화가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서로의 존재를 감각하고 응답하는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실천임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매향리평화기념관은 과거 54년간 미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되며 아픔을 겪었던 매향리의 역사를 보존하고 치유와 평화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건립된 문화 교육 공간으로, 지역의 역사와 평화 가치를 기반으로 기획전시, 교육, 문화행사 등을 꾸준히 추진하며 화성 서부권 대표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 참여형 문화예술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지역 문화 활성화와 평화교육의 거점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아픔의 흔적인 포탄 껍데기를 활용한 예술 작품 전시와 평화공원 조성은 단순한 안보 전시관을 넘어 시민들이 평화의 소중함을 체감하는 감성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는 차별화된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고통의 땅을 평화의 성지로 탈바꿈한 혁신적인 시도는 역사적 교훈을 전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치유와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높은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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