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캠프 합류 선결 조건으로 전권을 요구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제안에 맞춘 선대위 구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동안 윤 후보가 선대위 합류에 공을 들였던 홍준표의원과 안철수 후보 등과의 관계 설정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이 내년 3월 9일까지 남은 4개월, '김종인 선대위' 전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종인'이 모든 면에서 만능키는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을 얻는 대가로, 감수해야 할 손해도 적지 않다'는 당내 우려가 많다.
무엇보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사감을 드러낸 바 있는 홍준표 의원과의 원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불참을 선언한 홍준표 의원을 겨냥해 "후보가 행동을 제대로 해서 유권자 표심을 얻을지 생각해야지, 어려운 상황을 억지로 만든다고 해서 되질 않는다"며 '원팀 구애'에 선을 그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대세 결정에 별로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하며 단일화 가능성을 차단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준표 의원을 따르는 2030 세력, 안철수 후보가 상징하는 중도 확장성. 외연 확대가 아쉬운 윤 후보 입장에선 김종인을 버릴 수는 없고, 그래도 홍준표 안철수는 아깝고...진퇴양난"이라며 “'김종인의 독선이 윤 후보를 수렁에 빠트린 대표적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김종인 전 위원장과 홍준표 의원의 악연은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검사와 피의자 신분으로 만나면서 시작됐다.
노태우 정부 경제수석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동화은행으로부터 2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는데 그때 담당 검사가 홍 의원이었다.
홍 의원은 당시 주임검사였던 함승희 전 의원의 부탁으로 조사실에 들어가 "가인 김병로(초대 대법원장) 선생의 손자가 거짓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냐"라는 말로 압박해 10분 만에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범죄사실을 자백받았다고 밝혔는데, 김 전 위원장은 "홍 전 대표에게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번째 악연은 지난해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중진 의원들 험지 출마' 요구에 불복한 홍의원이 무소속으로 뱃지를 달고 복당을 신청했으나 당시 비대위원장으로 당 사령탑을 맡고 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1년 이상 복당이 지연됐다. 홍 의원은 "28년 전 악연으로 서로가 피하는 게 좋다고 판단돼 지난 1년간 외출하고 있었던 거"라며 본인이 무소속으로 남았던 이유에 대해 김 전 위원장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린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와도 "전생에 원수지간 아니었을까"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이가 나쁘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지는 보선에 출마하느냐, 아니면 이듬해 치러질 19대 총선에 출마하느냐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할 때 멘토를 자임한 김 전 위원장은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국회의원부터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조언했지만,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 출마로 방향을 잡으면서 두 사람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안 대표와 멀어진 이유에 대해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정치를 제대로 배우고 해야 한다고 했더니 (안 대표가)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 이 양반이 정치를 제대로 아느냐는 생각을 하고 자리를 떴다"고 회고했다.
결별 이후 두 사람은 2016년 총선에서 김 전 위원장은 '문재인의 민주당'을 살려낼 구원투수로, 안 대표는 친문 패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민주당을 뛰쳐나온 국민의당 대표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김종인) "김종인 위원장은 차르다" "낡음에 익숙한 사람들은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안철수) 등등 서로를 향한 독설로 멀어져갔다.
두 사람의 악연은 '박원순 시장 유고'로 인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단일화협상 과정을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안 대표 측은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 김 전 위원장을 ‘상왕’에 빗대며 날을 세웠고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김종인 전권요구로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김 전 위원장을 얻고 홍준표와 안철수를 잃는 선택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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