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역사 청산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4-01-26 18: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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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정치권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힘으로 유산시키고자 하는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둘러 싼 행태를 보니 그렇다.

    현재 한나라당 친일청산 법안이 갖고 있는 원초적 결함문제를 들어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 김용문의원은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며 최근 정치권 논쟁을 야기시켰던 조병옥 박사의 친일문제 논란의 예를 들어 정략적 매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법안규정이 포괄적이라고 통과시킬 수 없다는 한나라당의 궁색한 변명은 법안통과를 저지시키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원래 법안 자체는 포괄적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으며 법안의 역할은 국가적 차원에서 역사청산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민족문제연구소 측 주장이 더 큰 설득력이 있다.

    친일문제특별법이 통과되어 위원회를 구성하면 이 기구가 공청회 등을 통해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와 국민적 여론수렴을 통해 구체적인 규정이나 자세한 시행세칙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독도 망언 등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돼 친일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실정 아닌가.

    지난 번 국회에서 ‘친일인명사전’ 발간 기금 예산을 삭감하자마자 국민들은 단기간에 5억원 이라는 기금을 조성해놓았다.

    친일행위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여망의 뜨거운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해주는 단적인 예다.

    더구나 총선 국면에 접어든 요즘 들어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중이다.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은 진작에 처리했어야 할 한-칠레 FTA 비준안과 이라크 추가파병안에 대해서 조차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처럼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직무유기도 서슴지 않던 의원 나으리들이 갑자기 우중충한 입지를 분연히 떨치고 결집하고 나선 대사건(?)이 일어났다.

    친일문제 특별법 제정 반대 입장표명이 그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표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사수해야하는 중대사가 반친일청산이라니, 그것도 국민감정을 역행해가면서까지 말이다.

    한편 생각해보면 한나라당이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반대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데는 더 깊은 속사정이 있지 싶다. 혹여 민족정기 선양회와 4월 혁명회에서 주장하고 있는 ‘일제 친일파 자손들의 정계 은퇴 요구’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청산하지 않는 한 논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과거 반민특위가 그랬던 것처럼 기득권의 불순한 의도 때문에 모처럼의 역사정립 기회가 좌절될까 두렵다.

    친일역사를 청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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