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실적에도 우려만 커진 반도체, 기술·공급 확충으로 회의론 뚫어야

    칼럼 / 시민일보 / 2026-07-30 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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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또다시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이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이 60조 5,42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56.8%와 557.2% 증가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강력하고, 한국 기업의 기술·생산력이 글로벌 최고 수준임을 재확인한 실적이지만, 높아진 시장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쳐 주가는 오히려 급락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속도가 빨라지면서 반도체마저 중국에 추격을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과의 격차를 지켜내려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과 공급능력을 조속히 확충하는 일이 무엇보다 화급(火急)한 급선무(急先務)다.

    SK하이닉스는 고품질 메모리 수요를 입증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객사와의 ‘장기공급계약’ 확대 전망을 내놓으며 향후 업황에 대한 기대도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D램(DRAM │ 연산용 임시 기억장치)과 낸드플래시(NAND Flash │ 저장용 영구 기억장치) 모두 전 분기에 이어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라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 High Bandwidth Memory)’와 ‘AI 서버용 D램(DRAM),’ ‘eSSD(Enterprise solid-state drive │ 기업용 고성능 저장장치)’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최고의 수익성을 창출했다.”라고 밝혔다. 또 “주요 빅테크(Big-tech)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추가 공급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라며 “핵심 고객을 포함해 10여 개 고객과 장기계약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주요 고객들과 추가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7일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을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힘으로써 글로벌 메모리 시장 ‘투톱(Two-top)’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지금 K-반도체 산업이 마주한 환경은 매우 도전적이 아닐 수 없다. 먼저 폭등한 메모리 가격과 공급자 우위 반도체 시장을 두고 글로벌 빅테크(Big-tech) 및 금융 자본, 미국 정부의 ‘견제’와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국 메모리·장비 제조업체의 추격도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AI 생태계 내에서의 주도권 다툼과 반도체 시장에서의 기술·제조력 경쟁이 K-반도체 산업을 전후방에서 바짝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구글(Google) 모회사 알파벳(NAS │ Google)의 잉여 현금흐름(FCF │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시설투자 자본지출을 뺀 현금) 마이너스 전환과 엔비디아(NVIDIA)의 오픈AI 지급 보증으로 인한 순환 금융 우려에서 보듯 AI 수익성 및 투자를 둘러싼 금융 리스크(Risk)도 반도체 산업 전망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편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SDAQ)에서 지난 7월 29일 사상 초유의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 주식 매매 일시 정지)’가 발동됐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성장성을 둘러싼 우려가 계속 확산하는 가운데, 하루 10% 넘게 지수가 출렁이는 ‘변동성(Volatility)’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졌다. 정부는 증시 ‘변동성(Volatility)’을 키우는 주요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Leverage)의 개인 투자 한도를 총투자 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고 과도한 주문 및 거래에 비용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증시 불안 확대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런 대응 방안을 결정해 발표했다. 코스피(KOSPI)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60.42포인트(5.98%) 하락한 5,663.24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KOSPI) 6,000대가 깨진 것은 올해 4월 14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KOSPI)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사상 최초다. 지난달 9,000을 넘겼던 코스피(KOSPI)는 폭락 장세가 이어지며 한 달 만에 ‘오천피(코스피 5,000)’로 되돌아갔다. 코스닥(KOSDAQ) 지수는 전장 대비 43.17포인트(6.12%) 내린 662.68에 마감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 산업에서 후발주자로서 중국의 추격은 저가를 무기로 저부가가치 제품에 진입해 규모를 키운 뒤,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올라서며 선발주자를 따라잡는 순서를 밟는다. 디스플레이·석유화학·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격한 경로가 그랬다. 메모리 반도체는 예외였다. 앞선 공정을 쥔 선발주자가 저부가가치 제품까지 싼값에 대량으로 쏟아낼 수 있어, 후발주자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했다. 지난 20여 년간 ‘치킨게임(Chicken game)’을 거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Micron) 등 상위 3개 업체의 독과점 구도가 굳어진 것도 그 결과다. 그런데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틈이 생겼다. 3사가 한정된 생산시설을 수익성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재배치하다 보니 ‘범용 디램(DRAM)’의 생산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 ChangXin Memory Technologies)는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범용 디램(DRAM)’ 생산을 늘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3%에서 8%로 끌어올렸다. 지난 7월 27일에는 증시 상장으로 14조 원 대의 자금을 확보해 투자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반도체 제조는 장비도 중요하다. 지난 7월 28일에는 중국의 한 국영 장비업체가 ‘범용 디램(DRAM)’ 생산이 가능한 심자외선(DUV │ Deep Ultraviolet) 노광장비(Lithography Equipment)를 개발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할 실마리를 찾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직 물량이 미미하고 성능·신뢰성 검증에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뒤 ‘콘퍼런스 콜(Conference call)’에서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물량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진단이다. 공급 능력 확충은 미국 빅테크(Big-tech)의 인공지능 투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도,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도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Cluster) 준공을 최대한 앞당기고, 광주 군(軍) 공항 부지의 팹(Fab │ 공장) 건설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도 전력·용수 등의 확보 방안과 부지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반도체 수요 급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금 가격은 비정상이다. 떨어져야 한다.”라며 “지금도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계속 더 올려서 ‘칩플레이션(Chipflation │ 반도체 +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 무조건 얻어맞는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려도 돈을 못 버는 게 아니다.”라며 “최선을 다해서 빠른 속도로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중국 메모리 기술력과의 격차와 고부가 제품 생산력 우위를 지키고, ‘가격 중심’에서 ‘공급량 기반’으로의 시장 전환에 대비해 반도체·AI 인프라 증설도 더 박차(拍車)를 가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원팀(One team)’으로 하나가 되어 전력·용수·인재 확보, 규제혁신, 연구개발(R&D) 투자, 금융·세제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 매진(邁進)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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