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개입에 환율 일단 급락, 총력 대응 불안심리 진정시켜 성장률 올리길

    칼럼 / 시민일보 / 2025-12-25 10: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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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연일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12월 24일 1,449.8원으로 전날 1,483.6원보다 33.8원이나 급락했다. 개장하자마자 1484.9원을 기록하며 종전 연고점인 지난 4월 9일 1484.0원을 일시 넘어섰으나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외환 당국이 강도 높은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하락 반전 2022년 11월 11일 59.1원 급락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어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 해외 양도소득세(20%)를 부과하지 않고 면제하겠다는 방안까지 발표되자 가파르게 떨어졌다. 정부가 ‘환율 안정’에 총력전을 펼치고 나서며 낙폭도 3년여 만에 최대를 기록한 건 다행이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선 단기 대책뿐 아니라 성장률 제고 등 중장기 대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지난 12월 2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외환시장 당국자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고강도 발언을 내놓은 건 의미가 커 보인다. 그동안 시장에선 환율 급등에도 대통령실이나 고위 인사의 언급조차 없는 안일한 태도에 사실상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때 원화 약세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오해를 불식시킨 건 적절했고 잘한 조처다. 환투기 세력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때 알맞은 개입은 당국이 마땅히 할 일이자 책무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국내시장(국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외 주식 비과세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S&P500이나 나스닥(NASDAQ)100보다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SDAQ)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환율 안정뿐 아니라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환율 급등은 성장률·금리 격차 등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과 유동성(Iquidity │ 자산의 현금화 가능성)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외환 수급상 요인이 더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행은 9~11월 환율 상승 폭(+65원) 중 3분의 2 정도가 외환 수급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23일 내놓은‘「금융안정보고서」(2025년 12월)’에서 “11월 이후 거주자의 해외투자 지속, 인공지능 버블 우려에 따른 외국인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 대미(對美) 투자 관련 수급 부담 우려 등의 영향으로 상승 폭을 확대했다.”라고 밝혔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올해 1~10월 1,171억 달러로 과거 10년 평균(1~10월 512억 달러)은 물론 직전 최고치(지난해 1~10월 71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시장심리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면서 나타난 이상과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유튜브 등에서 불확실한 정보들이 유통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왜곡된 정보 확산을 원천 차단하고 불안심리를 진정시켜야 한다. 수출 대기업들도 한·미 관세 협상 등으로 수혜를 입는 만큼 보유 달러 환전 등 전체 경제 안정성을 생각하는 대승적(大乘的)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

    이번 고강도 개입에 내년 초까지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해외주식 매각 자금을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양도세를 감면하고,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하며, 해외주식에 ‘환 헤지’를 실시하면 양도세 혜택도 받게 된다.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를 신설하고,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95%를 적용하고 있는 비과세(배당금 익금 불산입률)도 100%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미국은 3분기에 4.3% 성장하는 등 혁신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은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부담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서학개미들의 발길을 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71.6% 상승하며 미국 S&P500 17.2%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인위적 유턴 대책이 없더라도, 국내시장 기대수익률이 더 높다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국내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고환율을 막기 위한 총력 대응 체제가 필요하다 해도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함부로 동원하는 건 삼가야 한다. 국민은 안정적 수익을 위해 돈을 맡긴 것이지 ‘환율 안정’에 쓰라고 한 적이 없음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해외투자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의 현금성 이벤트 중단 등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팔 비틀기식 관치 동원보다는 성장률을 높여 한국 경제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결국 노동 개혁 등 구조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밸류-업’ 정책을 통해 한국 증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정공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에서 인센티브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선택이다.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4.3%를 기록했고 대만은 올해 7.3%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성적표는 같은 기간 1% 안팎에 그쳤다.

    무엇보다도 실물 경제부터 튼튼히 하는 게 원화 가치도 지키고 서학개미도 돌아오게 하는 첩경임을 명심하고 정부는 미봉책에 집착하지 말고 구조적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데 주력해야만 한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대한 믿음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외환시장 불안을 근절할 수 없다. 단기적 미봉책(彌縫策)이나 대증요법(對症療法)은 백약이 무효다. 저성장 탈출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외환시장의 심리를 바꿀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환율의 방향을 되돌릴 동력을 확보하려면 재정 긴축과 기준금리 인상까지 각오할 필요가 있다. 근본 해법은 산업혁신과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을 바꾸는 것뿐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돈 풀기를 자제하고 재정·통화정책의 정교한 조합으로 거시경제 관리·운영에 만전을 기해야만 할 것이다. 미국 등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확대 등 ‘외환 방파제’를 높이 쌓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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